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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쇼팽, 발라드 1번 op.23 본문

2019

프레데릭 쇼팽, 발라드 1번 op.23

39기린 2019. 2. 18. 13:59
보통 사람들이 쇼팽하면 생각나는 곡이라고 하면 누가 뭐래도 녹턴 2번이나 환상 즉흥곡, 조금 더 나아가면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왔던 흑건, 왈츠 7번 정도를 꼽을 것이다. 이런 훌륭한 곡을 쓰다 못해 왈츠는 아예 춤곡을 예술적인 경지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녹턴과 에뛰드는 그 장르의 창시자-실제로는 그 이전에도 얼마든지 존재했지만-대우까지 받을 정도지만 왈츠나 녹턴, 에뛰드가 쇼팽의 인생 역작이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런 쇼팽의 인생 역작에 가장 걸맞는 곡은 바로 그의 발라드가 아닐까 한다. 왈츠는 수도 없이 많은 작곡가가 좋은 작품을 작곡해왔고, 에뛰드도 역시 리스트, 스크리아빈, 라흐마니노프의 것들 같이 쇼팽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에뛰드도 많으나 발라드만큼은 쇼팽에 비견될만한 작품이 딱히 없는 만큼, 쇼팽의 발라드가 갖는 존재감은 비단 쇼팽의 작품 내에서만이 아니라, 피아노 음악 전체에서도 거대하다고 할 수 있다.(드뷔시나 리스트도 발라드를 작곡하긴 했지만)

발라드야말로 쇼팽의 인생 역작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은 비단 존재감 뿐만 아니라, 발라드에는 그의 다른 음악 속에는 없는 비장함이 제대로 서려있기 때문이다. 쇼팽의 음악이라면 보통은 우아하다거나 화려하다는 수식어가 붙기 마련이지만, 그 화려함과 우아함에 속에 숨겨진 조국에 대한 불타는 애국심이 바로 쇼팽의 진가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그의 음악들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 불타는 애국심을 여과없이 드러낸 작품이 바로 그의 발라드이다. 그 때문인지 보통은 비장하다거나 격렬하다고 하는 그의 발라드는 다른 음악가들의 이른바 비장한 음악과는 꽤나 다른 느낌을 준다.

그 중에서도 그 당시 젊은 쇼팽의 불타는 감정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게 이 발라드 1번인데, 똑같이 젊은 쇼팽의 삶을 그대로 음악으로 재현한 듯한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흐름은 비슷한데 갓 스무살이 되어 아직 희망도 가득차있는 협주곡 1번과는 다르게 그 잠깐의 시간동안 조국에 대한 마음가짐의 변화는 물론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무게도 느꼈는지 잠깐 잠깐의 회상하는 듯한 부분을 빼고는 곡 전체가 굉장히 무겁다. 담담하고 다소 차갑게 시작되는 첫 주제는 물론이고, 사이사이에 나오는 꿈결 같은 회상이 연상되는 부분도 사실은 결말에 나올 격정적인 코다를 더욱 비극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인 것만 같다. 코다가 시작되기 전 첫 주제가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단지 암담할 뿐이기만한 현실이 더욱 절망적인 나락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4개의 발라드를 굳이 뭐가 더 좋고 덜 좋고 하는 것은 참 무의미한 일이지만, 정말 굳이 따지자면 제일 좋아하는 곡도 역시 1번이다. 아마 그건 영화 피아니스트를 본 사람이라면, 독일군 장교 앞에서 이 1번을 쳐보이는 주인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그 장면에서 주인공인 스필만이 실제로 연주한건 녹턴 20번이지만, 잃어버린 조국과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감정을 노래하는데 있어 발라드 1번보다 더 나은 곡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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