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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 해는 정말 잘 만들어진 시티팝이다. 시티팝하면 사람들이 으레 떠올리는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음색, 세련되면서도 화려한 효과음, 펑크를 기반으로 한 신나는 리듬아래 듣고 있으면 뭔가 아련하면서도 씁쓸함이 남는 뒷맛같은 정석들을 잘 버무린 것은 물론 4인의 음색을 잘 살린 파츠 배분까지, 내가 들었던 우리나라의 시티팝 노래중에서는 최고로 꼽을만하다. 그러나 다소 이 선택은 의아하다. 시티팝은 일본의 70년대, 80년대를 상징하는 이제는 옛날 음악이라 불릴만한 음악인데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린적은 있어도 어쨌거나 비주류인 음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이제는 무슨 장르라고 지칭해야 좋을지 잘 모를 장르로 승부하는 시대에 브레이브걸스 자신들도 ..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가 꼽히는 낭만파 3대장 중에서 쇼팽의 특징을 꼽으라면 뭐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선이라고 말할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에서 대체로 느껴지는 것이 가슴 한켠의 깊은 심해에서부터 끓어올라 폭발하는 격정이라고 하고, 리스트의 그것은 사람을 정신없이 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은 것이라면, 쇼팽의 곡은 굳이 협주곡이나 소나타 같은 대곡이 아닌 왈츠 같은 소곡에서도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다양하게 표현한다. 마냥 기쁘기만 할 것 같은 왈츠 곡들에도 어딘가 멜로디가 슬프게 들리는 구석이 있고, 대놓고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는 녹턴도 천편일률적인 이야길로 청자를 끌고가지는 않는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런 쇼팽 특유의 감정 표현이 아주 잘 드러나는 곡이다. 젊은 쇼팽 불타는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