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탈주(2024).
39기린
2024. 10. 9. 00:28
이제훈의 연기는 드라마에서보다 영화에서 훨씬 나은 것 같다. 임규남이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은 잘 생각해보면 어딘가에서 본 것들을 모아놓은 것 같지만 거기서 충분한 긴장감을 잘 부여했고, 극을 탈출하려는 임규남과 막으려는 리현상 둘로만 끌고 가는데도, 둘의 연기력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리현상이 게이라는 설정이, 피아니스트를 꿈꾸다가 꿈을 접고 돌아와서 엘리트 군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던 사정이, 아무런 비중없이 그냥 등장하는 그의 옛 애인이, 리현상에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op.23 no.5를 연주하는 것이, 위험을 무릅쓰고 임규남의 탈출을 돕고 홀연히 사라지는 비밀 결사단이 필요했던 것일까.
그럴 여유가 있었다면 임규남을 다 잡았다가 탈주를 하게 두고 가는 리현상의 심경을 좀 더 표현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격투전 끝에 임규남을 보내주고 현타가 온듯 생각에 빠지는 것까진 그럴만 하다 싶었는데 굳이 굳이 임규남을 다시 쫓아가서 총까지 맞추고는 놓아주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